악보 첫 마디를 세어 봤는데 박자표가 말한 것보다 박이 모자란 적 있으시죠? 4/4라고 적혀 있는데 첫 마디에는 음표가 하나뿐입니다. 악보가 잘못 인쇄된 게 아닙니다.
이런 마디를 못갖춘마디라고 하고, 곡은 여기서 한 박 앞서 시작합니다. 첫 마디가 모자란 만큼 마지막 마디도 모자라게 끝나서, 둘을 합치면 정확히 한 마디가 됩니다. 오늘은 이 구조와, 실제로 첫 박을 세고 들어가는 법을 정리하겠습니다.
이 글은 「리듬과 박자」 시리즈 4편입니다. 박자표의 위아래 숫자가 각각 무슨 뜻인지 아직 헷갈린다면 박자표 읽는 법 편을 먼저 읽어주세요.
못갖춘마디가 정확히 뭔가요?
박자표가 요구하는 박을 다 채우지 못한 첫 마디입니다. 반대로 첫 마디부터 박이 꽉 차 있으면 갖춘마디라고 부릅니다.
아래 두 악보는 선율이 완전히 같습니다. 다른 것은 시작 위치 하나뿐입니다. 음표 아래 첫 줄은 세는 말, 둘째 줄은 강약입니다.
갖춘마디는 첫 박, 곧 센박에서 곡이 시작합니다. 그래서 센내기라고도 합니다. 못갖춘마디는 센박이 아니라 여린박에서 시작하므로 여린내기라고 부릅니다. 이름이 어렵게 들리지만 뜻은 그대로입니다. 센 자리에서 시작하느냐, 여린 자리에서 시작하느냐입니다.
왜 일부러 마디를 모자라게 만드나요?
말의 강세를 음악의 센박에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이 못갖춘마디의 진짜 이유입니다.
우리말을 소리 내어 보면 어느 음절에 힘이 실리는지가 자연스럽게 갈립니다. 예를 들어 "그 사랑"이라는 말에서 힘이 실리는 자리는 '사'입니다. '그'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말을 갖춘마디에 그대로 얹으면 첫 박에 '그'가 놓입니다. 음악의 가장 센 자리와 말의 가장 여린 자리가 겹쳐 버리는 것입니다.
'그'를 앞으로 빼내 못갖춘마디에 두면 문제가 풀립니다. 다음 마디 첫 박에 '사'가 정확히 올라앉아, 말의 강세와 음악의 센박이 같은 자리에서 만납니다. 노래가 어색하지 않게 들리는 곡들은 대개 이 정렬이 맞아 있습니다.
찬송가에 못갖춘마디가 유독 많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가사를 먼저 두고 거기에 가락을 붙이다 보면, 첫 음절이 여린 경우가 그만큼 자주 생깁니다.
첫 박은 어떻게 세고 들어가나요?
모자란 박을 속으로 세고, 그다음 박에서 소리를 냅니다. 4/4에서 못갖춘마디가 1박이라면 "하나, 둘, 셋"까지는 마음속으로만 세고 '넷'에서 시작합니다.
순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박자표를 본다 — 한 마디에 몇 박인지 확인합니다.
- 첫 마디의 박을 센다 — 음표가 모두 몇 박인지 셉니다.
- 뺀다 — 4박에서 1박을 빼면 3박. 이 3박이 속으로 셀 박입니다.
- 그다음 박에서 낸다 — "하나, 둘, 셋" 다음의 '넷'이 첫 소리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만 조심하면 됩니다. 못갖춘마디의 음에는 힘을 주지 않습니다. 첫 소리라서 세게 내고 싶어지지만, 그 음은 여린박입니다. 힘은 바로 다음 마디의 첫 박에서 주어야 곡의 걸음이 제자리를 찾습니다.
실제로 가르칠 때는 곧바로 들어가게 하지 않고 예비박을 먼저 크게 세어 줍니다. 속으로만 세야 할 박을 처음에는 "쿵" 하고 소리로 내게 해서, 쉼표 자리를 귀와 몸으로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몇 번 연습하고 나면 소리를 빼도 마음속으로 박이 세어져서, 첫 음에 훨씬 쉽게 들어올 수 있습니다.
마지막 마디는 왜 짧게 끝나나요?
첫 마디에서 미리 당겨 쓴 박을 마지막 마디에서 돌려주기 때문입니다.
4/4 곡에서 못갖춘마디가 1박이었다면, 마지막 마디는 3박만 채우고 끝납니다. 앞서 본 못갖춘마디 악보의 끝을 다시 보시면 마지막 마디가 3박입니다. 1박과 3박을 더하면 정확히 한 마디, 4박이 됩니다.
이렇게 맞추는 데는 실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곡을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부를 때, 마지막 마디의 빈 1박 자리에 못갖춘마디가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박자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것입니다.
박자표가 다르면 어떻게 되나요?
뺄셈만 바꾸면 됩니다. 원리는 박자표와 상관없이 똑같습니다.
| 박자표 | 못갖춘마디 | 마지막 마디 |
|---|---|---|
4/4 |
1박 | 3박 |
4/4 |
2박 | 2박 |
3/4 |
1박 | 2박 |
6/8 |
8분음표 1개 | 8분음표 5개 |
표를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한 마디의 박에서 첫 마디의 박을 빼면 그것이 마지막 마디라는 한 줄만 기억하면 어떤 박자표에서도 계산됩니다.
가장 가까운 예가 「생일 축하합니다」와 찬송가 3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입니다. 두 곡 다 3/4인데, 마지막 마디를 세어 보면 3박이 아니라 2박밖에 되지 않습니다. 못갖춘마디가 1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1박과 마지막 2박을 더해야 비로소 3박, 곧 온전한 한 마디가 채워집니다. 워낙 익숙한 곡들이니 악보를 펴서 맨 앞 마디와 맨 끝 마디를 직접 세어 보시면, 못갖춘마디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참고로 표의 마지막 줄처럼 6/8은 8분음표를 한 박으로 세는 박자입니다. 셋씩 묶어 세는 이 박자가 낯설다면 8분의6박자 세는 법 편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못갖춘마디도 1마디로 세나요? A. 세지 않습니다. 마디 번호는 그다음 완전한 마디부터 1번으로 셉니다. 악보 프로그램들도 못갖춘마디를 0번으로 처리합니다. "몇째 마디"를 이야기할 때 서로 다른 마디를 가리키지 않으려면 이 약속을 알아 두는 편이 좋습니다.
Q. 마지막 마디가 짧지 않고 꽉 차 있으면 틀린 악보인가요? A. 아닙니다. 첫 마디와 마지막 마디를 맞추는 것은 오래된 원칙이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은 아닙니다. 편곡이나 현대 악보에서는 마지막을 꽉 채워 끝맺기도 합니다. 원칙을 알고 있되, 예외를 보면 악보가 틀렸다고 단정하지 않으면 됩니다.
Q. 못갖춘마디는 곡 중간에도 나오나요? A. 못갖춘마디라는 말은 보통 곡의 맨 앞을 가리킵니다. 중간에도 여린박에서 시작하는 악구가 나오지만, 그건 마디가 모자란 것이 아니라 마디 안에서 악구가 늦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마디선은 그대로 지켜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정리
못갖춘마디는 악보의 실수가 아니라 말과 음악의 강세를 맞추려는 장치입니다.
- 정체 — 박자표보다 박이 모자란 첫 마디. 여린박에서 시작하므로 여린내기.
- 세는 법 — 모자란 박만큼 속으로 세고 그다음 박에서 소리 내기. 첫 음에 힘주지 않기.
- 끝맺음 — 마지막 마디는 첫 마디에서 뺀 만큼만 채우기.
오늘 악보를 펼치면 맨 앞 마디부터 세어 보세요. 박이 모자라다면, 그 곡은 여러분에게 "한 박 먼저 들어오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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